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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치족 제사문화 | 한민족&한국인 스토리
한민족&한국인 스토리

오로치족 제사문화

** 이 글은 소련 민속학자, 인류학자 바실레브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 (Vasilev Boris Aleksandrovich, 1899~1976)가 『소련민속학』 (№ 3, 1940, 161~171쪽)에 실은 논문 ‘연해주 오로치족의 전통 사냥 방식(Старинные способы охоты у приморских орочей)’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 것이다.

 

1. 한민족 신관과의 유사성

20세기 초반까지 원시적인 성격을 유지해온 러시아 소수민족인 오로치족과 나나이족의 정신문화는 상고시대 한민족 정신문화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사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대 한민족은 제단을 만들고 우주와 하늘의 통치자이시고 만물을 낳아주신 삼신 상제님을 숭배하는 의식이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로치와 나나이족 또한 제단을 설치하고 부아(Bua) 신 또는 상기 마파(Sangi mafa) 신을 숭배하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아신 또는 상기 마파신은 자연과 하늘 그리고 우주의 통치자이신 주신이다. ‘자연’이라는 개념은 ‘만물’이라는 개념을 내포하므로 두 어휘를 동의어로 간주하고 두 신앙관 간의 밀접한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삼신 상제님이 무형의 원신과 유형의 주신, 즉 두 가지 성격을 갖는 신관과 마찬가지로 오로치/나나이족 문화에서는 부아(상기 마파) 신은 형상이 없는 무형의 부아 원신과 인격화가 되어 전설속 할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난 유형의 부아 에드에니 주신의 두 신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오로치족에게는 한민족이 제사의식에 활용한 솟대와 유사한 ‘코볼록토(kobolokto)’가 있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상고시대 한민족은 거대한 나무 앞에서 제사를 올렸다. 소도라고 하는 이 성스러운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서 솟대를 땅에 꽂아 솟대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수단이라고 믿었다. 두 문화에서 동일하게 큰 나무 밑을 제사 장소로 지정한 것도 유사한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로치족은 제사 준비과정에서 둘레가 큰 나무을 정하여 그 앞에 큰 코볼록토를 세운다. 다음에 설치한 4개의 작은 코볼록토는 제단 기둥의 역할을 한다. 제사 의식을 행할 때 주 코볼록토 아래와 거대한 나무 아래로 제물을 뿌리며 ‘받아주소서’라는 기도를 올린다.

또 오로치족은 해신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해서 얕은 물에 설치한 두 개의 코볼록토 사이에 생긴 통로를 통하여 제물을 던진다. 이때는 코볼록토가 솟대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신을 연결을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2. 논문의 요약

오로치족은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 먼 국경지역에 거주한 소수민족이다. 외만주와 연해주 지방 거주민들 중에서 오로치족은 가장 접근이 어려운 민족으로 꼽힌다. 이러한 역사적 고립은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쳐 오로치족은 20세기 초반까지 재산격차가 거의 없는 부권 중심의 씨족 사회를 유지하였다. 물질문화는 원시적 수준에 머물렀고 산업은 낙후되었다. 소련에 정복되기 한참 전에는 오로지 모피에 관심이 있는 중국 상인들과의 교류가 이루어졌지만 이는 오로치족의 사회발전에 전혀 기여를 하지 못했다.

오로치족 문화에서는 사냥하기 전에 사냥꾼들이 팀을 꾸려 제단을 만들고 부아 신에게 제를 올린다. 한 오로치인에 따르면, 숲속에 설치된 사냥 텐트에 도착한 팀은 먼저 불을 피워 곡식을 삶는다. 며칠 동안 텐트에서 지내면서 코볼록토와 일라우를 제작한다. 코볼록토는 꼭대기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 가지를 잘라낸 작은 소나무이고 일라우는 대패질이 된 나무 조각이다. 이러한 코볼록토는 해마다 새롭게 제작된다. 북방 지방 숲, 대패질이 된 나무 조각을 고정시킨 4개의 작은 코볼록토와 1개의 큰 코볼록토를 제작하고 큰 나무 앞에 세운다. 큰 코볼록토의 이름은 ‘노동키 에드에니’라고 하는데 이는 ‘모든 코볼록토의 주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코볼록토를 서로 연결한 다음 그 위에 나무판을 얹어 제단을 완성한다. 제단 앞에는 사냥꾼 수에 맞는 말뚝을 세워 그 위에 향로(키암푸)를 설치하여 숯과 ‘백산차’라는 풀을 올린다.

제사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해가 진 후 그날 삶은 곡식에 바다표범 기름을 뿌려 술과 함께 코볼록토 제단에 올린다. 향로에서 백산차로 향을 피워, 연기가 나면 기도를 올린다. “부아 구덴카 (하늘이시여, 살려주소서). 저는 어떠어떠한 부락에서 와서 부아 신께 연기를 올리기 위해 백산차로 향을 피웠습니다.”라는 기도를 드린 후, 텐트로 돌아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제단 앞으로 나온다. 백산차를 태운 다음 술과 삶은 곡식을 위로, 사방으로, 거대한 나무 아래로 그리고 코볼록토 아래로 뿌린다. 그때 비는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부아 바아하 (부아 신이여, 받아주소서). 우스까 바아하 (우스까신이여, 받아주소서), 후투 바아하 (후투신이여, 받아주소서)”라고 하고 그 지역의 다양한 지명과 강 이름을 말한 후 기도를 계속한다. “코볼록토 바아하(코볼록토신이여 받아주소서), 하 에드에니 바아하 (장소의 주인이신 코볼록토신여, 받아주소서!). 솜보레 바아하 (나쁜 호랑이신이여, 받아주소서!). 짐승을 잡게 해주세요, 돈을 벌게 해주세요. 짐승이 없는 것이 아니잖아요, 짐승은 아까운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안 잡으면 다른 사람이 잡아갑니다.”

기도가 끝난 후 모두가 텐트에 돌아와 큰 불을 피운다. 불에 술을 뿌리며 “부드야 바아하 (불의 신이여, 받아주소서!)”라고 한다. 텐트 곳곳에 술을 뿌리며 “말루 바아하 (아궁이 뒤쪽 벽 신이여, 받아주소서!), 쪼올로 바아하 (방구석 신이여, 받아주소서!), 우카 큰드르흐 바아하(문 신이여, 문턱 신이여, 받아주소서!), 항야 바아하 (마음신이여, 받아주소서!)”라고 기도를 올린다. 그 다음은 백산차 풀 한 다발에 삶은 곡식을 바르고 술을 뿌려 불에 던진다. 불이 타는 동안 ‘암바’라는 악신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기도와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오로치 사냥꾼은 농산물 즉 피가 없는 제물로 제사를 지내지만 2~3년에 한번은 개를 잡아 바치는 풍습도 있다. 의례를 마친 다음날부터 사냥을 시작한다. 사냥 시즌이 끝나고 나면 작별 제사를 지내며 건강을 비는 기도와 내년에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그때는 연기가 많이 나도록 백산차 풀에 기름을 뿌려 태운다.

오로치 문화에서 부아 신의 숭배는 다른 신의 숭배에 비해서 독특한 성격을 띤다. 부아 신은 형상, 즉 신상 자체가 없는 것이다. 레브 스턴버그(『타타르 해협의 오로치족』)에 따르면 “오로치 문화에서는 다른 원시적 문화와 마찬가지로 신의 형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제물은 아무 곳에 던지거나 제물이 되는 개나 곰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신에게 바치게 된다. 오로치 문화에서 주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랑이의 주인인 두스아 신의 숭배와 곰의 주인인 도온타 신의 숭배는 부아 신 숭배와 달리 샤머니즘의 성격으로 인하여 신상을 제작해야 하였다.

스턴버그는 ‘부아’라는 말을 ‘하늘, 우주-세계’로 번역하였고 세르게이 레온토비치(『러시아-오로치어 사전』)는 ‘세계(우주), 좋은 날씨’로 번역하였다. 부아 신에 대한 믿음은 자연과 날씨, 하늘과 땅 그리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서 분리할 수 없는 신에 대한 원시적이고 범신론적인 신앙이다. 부아는 우주-세계다. 이와 동시에 ‘부아 에드에니’라고 하는 자연의 주인으로서의 인격신이다. 이는 전설로도 입증된다. 부아 신관은 수많은 퉁구스-만주 부족 문화 — 사할린 오로치족, 아무르 강 연안의 울치족과 네기달족, 가린 나나이족, 바이칼호 퉁구스족 — 에서 나타난다. 나나이 문화권에서 부아 신은 ‘상기 마파’ 또는 ‘삭디 아마’로 불리는 하늘의 주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냥철에 그 신에게 제물을 바쳐야 하였다.

오로치족 문화에서 부아 신을 모시는 제사의식은 나나이족 문화와 세부적으로 유사하다. 이반 코즈민스키(『가린 나나이족의 물질 문화와 신앙 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린 나나이족 문화권에서는 상기 마파 제사는 마을 주변에 설치된 신의 얼굴을 새긴 말뚝과 성스러운 나무 앞에서 지냈으며 보아 신의 제사는 오로치 문화와 마찬가지로 타이라(tajra)라는 제단이 완성된 후에 사냥하러 나서기 직전에 지냈다. 흥미롭게도 의식의 기도문은 나나이어가 아니라 퉁구스어와 비슷한 언어로 올리는 것이다. 또 보아 신에 바치는 제사는 상기 마파 신의 제물과 달리 농산물인 제물로 모시는 고대 퉁구스 신앙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며 그 연원은 상기 마파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물과 불 그리고 하늘-땅(bua)에 제물을 바치는 것은 역사적으로 상고 시대에 해당되고 샤머니즘 의식은 그 후대의 것으로 보인다. 나무에 부아 에드에니 형상을 새긴 것은 오로치족 문화권에서 그를 실존하는 인격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로치족 전설의 마바차 할아버지, 마마차 할머니 그리고 하탈라 딸이 등장하는데 이는 보이지 않는 신이 인격화된 존재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글: 증산도상생문화연구소 류한나 연구위원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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