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한국인 스토리

‘한국’ 하면 떠오르는 한 글자, 정(情)

‘한국학’ 연구하는 외국인 학자들

(중략)

‘한국’ 하면 떠오르는 한 글자, 정(情)

학자들은 쉽고 간단한 내용도 어렵고 길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기자의 경험적 선입견이다. 그래서 ‘단순 무식 과격해 보이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한국의 특징이나 특성을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에커트 교수=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문화들처럼 한국도 다양한 사람들과 그 삶의 방식, 그리고 (다양한) 문화로 이뤄진 복잡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단어로 한국을 표현하자면 ‘정(情)’이라고 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 나라에서 인생의 초기에 형성되는 가족 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관계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깊게 머물러 있다. 한국 사람들은 그 개인적 관계에 비중을 많이 두고 투자한다. 요즘과 같이 비인격화되고 상업화되는 사회에서 (‘정’이란) 매우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덩컨 교수=한국(대학)에서 공부하기로 했을 때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미국인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인정(人情)이 많았다. 아쉽게도 지금에 와서는 인정보다 경쟁의식이 강해진 것 같다.

매켄 교수는 한국의 정을 체험했던 옛날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줬다. 그는 “1966년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안동농고에 갔을 때 처음으로 한국을 접하게 됐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고, 대중음악은 굉장히 생기가 넘쳤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음악 현장(pop music scene)은 이른바 한국 특유의 술자리 가무(歌舞)를 뜻했다. 매켄 교수는 “누군가 ‘노래합시다’라고 하면 순서를 돌며 노래를 계속했다. 감탄할 만한 젓가락 반주가 함께했다. 나는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려면 막걸리 몇 모금을 더 마셔야 했다”고 회고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영어로 부르지 않아 성공했다”

이른바 한류(韓流)의 열풍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통계로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한국국제교류재단 측은 설명했다. 재단이 1월 발간한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파악된 한류 동호회만 세계적으로 987개에 이른다. 회원 수는 약 900만 명. 더 주목해야 할 건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2012년에는 동호회 783개, 한류팬 약 670만 명이었다. 한류팬이 1년 새 35.9%나 급증한 셈이다.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동남아나 중남미,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선진국이 밀집된 유럽 지역의 한류 열풍도 눈길을 끈다. 재단 측은 “유럽의 한류 동호회는 142개(2012년)에서 213개(2013년)로 50%로 늘었고, 가입회원 수는 35만 명에서 117만 명으로 그야말로 폭증세(234% 증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들 한국학 학자들에게 ‘이런 한류 열풍을 체감하느냐’고 묻자 지구촌을 강타했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얘기가 답변으로 돌아왔다.

▽매켄 교수=2012년 가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을 때 나는 한국에 있었다. 싸이의 성공은 다른 팝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는 본인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는) 내가 오래전 한국에서 테이블에 둘러앉아 막걸리 마시며 두드리던 젓가락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2013년) 봄 싸이는 하버드대 강연에서 하나의 일화를 소개했다. 캘리포니아의 에이전트에게 ‘한국에 가서 영어 버전을 녹음하려고 한다’고 하자 그 에이전트는 ‘영어로 노래하는 또 한 명의 한국 가수가 되지 마세요. 한국어로 놔두세요’라며 싸이를 말렸다고 한다. 그것이 세계 시장에서 한국 상품을 마케팅하고 ‘브랜딩’ 하는 핵심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되었든 한국어 또는 한국적인 것으로 유지해라. 그러면 구별돼 보이고 존경받을 것이다.

▽에커트 교수=한류 현상은 한국에 대해 몰랐을, 그리고 신경 쓰지 않았을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을 한국으로 이끌었다. 하버드대에서 내가 강의하는 한국현대사 수업을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2014년 봄 학기에 다양한 배경과 국적을 가진 약 100명의 학생이 각기 다른 이유로 내 수업을 수강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팝 문화, 특히 영화나 음악에 관한 관심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는 굉장한 현상을 만들어 왔다.

미국 서부의 명문 UCLA의 덩컨 교수는 “내가 재직하는 UCLA뿐만 아니라 중남미 여러 대학에서도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지대한 관심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한국은 ‘매우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나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중략)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40523/63718367/1

 

 

Comments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